FOCUS소파가 나를 기억해

오랜만에 재회한 그는 초췌해져 있었다.

같이 살다 한 번의 말다툼으로 우리는 갈라섰다. 솔직히 한 번쯤은 참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화난다고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는 순간에 그 동안 남아있던 정이 모조리 싹 떨어졌다.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다가 그가 출근하자마자 도망치듯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평소처럼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내가 반겨줄 거라고 굳게 믿었던 그는 썰렁한 집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재회하면 섹스 파트너가 된다고 절대 나가지 말라고 말렸던 친구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함께했던 집으로 향했다.

 

익숙하게 방 전등 스위치를 찾아서 켜고, 평소보다 격렬하게 섹스를 했다. 그는 야수처럼 달려들었다. 몇 달 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강하게 나를 밀어붙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그의 등을 손톱으로 할퀴며 매달렸다. 그가 내 안에 정액을 뿌릴 때, 머리가 하얘질 것 같았다.

 



간만에 만족스러운 섹스를 마치고, 그의 팔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가쁜 숨을 몰아 쉬던 찰나, 그가 말을 꺼냈다.

네가 없어도 이 집에서 너의 향이 풍기더라.”

“…”

집에 들어오면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

 

생각해 보니, 집에서는 거의 속옷을 입지 않았다. 브라는 물론 팬티도 덥고 습하다며 벗어두기 일쑤였다. 끈 소매 슬립만 걸치고 소파에 걸터앉아 책을 읽은 적이 많았다. 자연스레 내 향이 소파에 배어들었겠지. 특히 패브릭 소파라 한번 배인 야릇한 냄새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빠가 날 못 잊게 하려고

그는 내 대답에 아이같이 울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씻으러 일어났다.

그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소파에 앉아본다. 그와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재생된다. 작은 방에 웬 1인용 소파냐며 툴툴댔던 나. 그렇지만 막상 그보다 내가 주로 앉아있을 때가 많았지. 느린 재즈를 틀고 알몸으로 소파에 폭 묻히던 밤. 그런 나를 촉촉하게 바라보던 그언젠가는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한데

다리 사이로 아까의 액체가 흐른다. 소파에 그의 정액과 나의 애액이 스며든다. 굳이 닦지는 않고 내버려 둔다. 사실 스며들기를 의도하고 있다.

 

시각보다 후각은 기억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내가 가고 나면 그는 소파에 앉아 나를 그리워하겠지. 음탕한 냄새로 고통 받으며. 우리는 이제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깨어진 접시를 붙일 수 없는 것처럼. 그가 나를 오랫동안 그리워하길 바란다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