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오트 쿠튀르, 과연 패션인가 예술인가?

얼굴에 홍학 복면이 써져 있고, 어깨에는 둘둘 말은 요가매트가 걸쳐져 있다. 어떤 모델은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모양으로 침구드레스를 입은 채 워킹중이다.

지난 1일부터 5,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년 가을 오트 쿠튀르(Haute coutute) 패션쇼 풍경이 이렇다. 오트 쿠튀르는 프랑스어로 고급 주문복 의상점을 의미하는데, 보통 고급 맞춤복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오트 쿠튀르가 고급 옷을 뜻하는 말이지만, 과연 혹학 복면과 배게 장식을 보면 보통사람들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게 패션인가 하는 궁금증 또한 드는데, 오트 쿠튀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오트 쿠튀르는 디자이너의 예술관과 장인의 손이 만나 완성되는 고급 맞춤복이다. 그래서 대체로 화려하거나 장식성이 강하다. 그러한 탓에 패션계에서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을 두고 쿠튀르라고 부른다.

가끔은 아해하기 힘든 옷들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이번 패션쇼에서 스키아파렐리는 홍학 모양의 탈과 토끼 귀가 달린 의상으로 독특한 개성을 드러냈고, 메종 마르지엘라는 요가 매트로 만든 모자와 스마트폰 거치기를 발목에 달아 현대 유목민의 삶을 표현하였다. 그런가 하면     빅터앤롤프는 배게와 이불이 달려있는 일체형 침대 드레스를 선보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이는 디자이너의 혁신성과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상업적인 요인도 있다. 오트쿠튀르는 원래 상류층 고객을 메인타겟으로 두었지만, 최근에는 향수 및 가방, 액세서리 등 상품 사용권을 판매하는 로열티 수입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패션쇼도 실험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브랜드의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트 쿠튀르는 1985년 영국 디자이너 찰스 프레드릭 워스가 파리에서 개인 의상실을 열열면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나풀레옹 3세의 아내인 유제니 황후의 옷을 만들면서 명성을 얻었다. 또한 1년에 두 번 직접 디자인한 옷을 모델에게 입혀 고객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패션쇼로 발전되었다.

오트 쿠튀르는 아무나 만들 수 없다고 한다. 파리의상조합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공식적인 무대에 오를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오트 쿠튀르로 인정받은 패션 하우스는 샤넬, 크리스찬 디올, 장 폴 고티에 등 14곳밖에 안된다.

오트 쿠튀르는 최고급 원자재를 사용하여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싸다. 단순해 보이는 옷들도 한벌에 15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제작 시간은 디자인과 장식의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50시간에서 많게는 600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가격도 이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 영국의 해리 왕자와 결혼한 메건 마클의 웨딩드레스는 지방시 쿠튀르가 제작햇는데, 5m달하는 면사포의 꽃 자수 작업에만 수백 시간이 소요 되었다고 했다. 제작에 참여한 장인들은 베일과 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30분마다 손을 씻었다고 한다. 이 드레스의 가격은 60만달라( 68천만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크리스찬 디올이 뉴룩을 선보였던 1947년 오트 쿠튀르 고객 수는 2만여 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4천여 명의 고객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예전엔 프랑스의 부유한 여성들이 주로 입었지만, 이제는 미국, 러시아, 중국, 중동의 상류층 여성이 주 고객이다. 세계 경제 권력의 이동을 보여주는 셈이다.

오트 쿠튀르는 배우들의 레드카펫 드레스와 유명인들의 웨딩드레스로 입혀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한류 스타 지드래곤은 군입대 전까지 샤넬 오트 쿠튀르 패션쇼의 단골 게스트로 초청되었으며, 유명인사들이 근사하게 소화한 오트 쿠튀르는 향수와 스카프, 핸드백, 화장품 등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오트 쿠튀르는 경제적이지 않다. 쉽게 말해 돈이 안 된다. 제작기간도 오래걸리고, 고정적인 고객도 몇천명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패션은 판타지라는 명제를 이행하면서 디자이너의 독창성과 혁식적 기술을 제시하면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도 장 폴 고티에와 빅터앤롤프는 기성복 생산을 중단하고, 오트 쿠튀르에 주목하고 있다. 고급 의상 창작에 집중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인 셈이다. 이들은 향수와 안경 등의 판매로 이윤을 남긴다고 한다.

오트 쿠튀르는 밀레니얼 세대에 의해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 기존의 드레스 코드들에 반하여, 하이엔드와 스트릿 패션을 적절히 활용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럭셔리 패션 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우면서도 흥미를 유발하고, 현실적인 옷을 추구하면서도 맞춤복을 좋아한다. 미국 컨설팅 업체 베인컴퍼니에 따르면, 2015년까지 전세계 럭셔리 용품 시장에서의 밀레니얼과 Z세대의 영향력이 45%에 달할것으로 내다보아 오트 쿠튀르를 새롭게 이끌 것 이라고 예상된다.

*빅터앤롤프오트쿠튀르(출처:Imaxtree.com)